빠알리어의 마흔한 글자를 하나씩 입에 익히고, 음절의 길고 짧음을 몸으로 세어 보고, 마침내 경전의 첫 구절들을 제 목소리로 읽어 내기까지.
§ ka
이 공책을 읽는 법
빠알리어 공부의 첫 관문은 문법이 아니라 소리입니다. 삼장(三藏)은 문자로 적히기 전 수백 년 동안 바나까(bhāṇaka), 곧 경을 외워 전하는 암송자들의 입과 귀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경의 첫머리가 "나는 이렇게 읽었다"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들었다"(evaṃ me sutaṃ)로 시작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 빠알리어를 배우는 첫걸음도 글자를 눈으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글자가 입 안 어디에서 어떻게 울리는지를 아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공책은 로마자로 적힌 빠알리어를 기본으로 삼습니다. 발음을 설명할 때에는 한국어 음사를 적극적으로 곁들이지만, 한글이 빠알리어의 모든 소리를 정확히 옮길 수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한글 음사는 소리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열쇠일 뿐, 문 안쪽의 방 자체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공책에서는 한글 음사에 몇 가지 표시를 덧붙여, 한글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소리의 길이와 무게를 눈에 보이게 했습니다.
표 1이 공책의 표기 약속
표시
뜻
보기
기울어진 로마자
빠알리어 원문과 단어
dhamma
파란 글씨
한국어 음사 — 학습자가 여백에 적어 넣은 발음 메모라고 생각하세요
담마
윗줄
그 음절의 모음이 길다는 표시. 로마자의 가로줄(ā ī ū)을 한글로 옮긴 것
다나 = dāna
다ʰ
목을 울리면서 숨을 섞어 내는 소리(유성 유기음) 표시. 도표에서만 씀
다ʰ마 = dhamma
bud붓
긴 막대: 무거운 음절(두 박)
dha다
짧은 점: 가벼운 음절(한 박)
표 2경전 인용 약호 — 예문은 모두 빠알리 삼장에서 가져왔습니다
약호
문헌
한국어 이름
DN
Dīgha Nikāya
디가 니까야(장부)
MN
Majjhima Nikāya
맛지마 니까야(중부)
SN
Saṃyutta Nikāya
상윳따 니까야(상응부)
AN
Aṅguttara Nikāya
앙굿따라 니까야(증지부)
Khp
Khuddakapāṭha
쿳다까빠타(소송경)
Dhp
Dhammapada
담마빠다(법구경)
Sn
Suttanipāta
숫따니빠따(경집)
§ kha
빠알리어라는 언어
빠알리어는 상좌부(테라와다) 불교의 삼장과 그 주석서들이 보존되어 온 언어입니다. 흥미롭게도 pāḷi라는 말은 처음부터 언어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이 단어는 본래 '줄, 행렬'을 뜻했고, 거기서 '경전 본문'이라는 뜻이 나왔습니다. 주석서 전통에서 pāḷi는 주석(aṭṭhakathā)과 구별되는 '성전의 본문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지요. 그러다 '본문의 언어'라는 뜻으로 쓰이던 표현이 굳어져, 오늘날 우리는 이 언어 자체를 빠알리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상좌부 전통은 스스로 이 언어를 Māgadhī, 곧 붓다께서 쓰신 마가다의 말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언어학적으로 빠알리어는 중기 인도-아리아어, 흔히 쁘라끄리뜨(Prakrit)라 부르는 언어 무리에 속하는 문어(文語)입니다. 산스크리트어와는 형제 또는 사촌쯤 되는 사이로, 산스크리트어보다 소리가 한결 단순하게 다듬어져 있습니다. 붓다께서 실제로 쓰셨던 구어와 오늘날의 빠알리어가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학계에서 지금도 논의가 이어지는 문제이지만, 이 언어가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가장 온전하게 담아 전해 온 그릇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빠알리 삼장은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스리랑카의 전승에 따르면 기원전 1세기 무렵 문자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빠알리어에는 고유한 문자가 없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싱할라 문자로, 미얀마에서는 버마 문자로, 태국에서는 타이 문자로, 인도에서는 데와나가리로 적혔지요. 빠알리어는 지역마다 그곳의 옷을 갈아입고 살아온 언어인 셈입니다. 19세기 이후 서구에서 정착한 로마자 표기 역시 그런 옷 가운데 하나이며, 오늘날 전 세계 학계와 수행 공동체가 가장 널리 공유하는 옷입니다. 그러니 로마자로 빠알리어를 배우는 것은 결코 편법이 아니라, 이 언어의 오랜 존재 방식에 그대로 올라타는 일입니다.
표 3빠알리어 한눈에 보기
항목
내용
계통
인도-유럽어족 · 인도-아리아어파 · 중기 인도-아리아어
주요 문헌
빠알리 삼장(율장·경장·논장), 주석서(aṭṭhakathā), 복주서(ṭīkā), 문법서 등
전통적 이름
Māgadhī / Māgadhabhāsā — 마가다의 말
기록 문자
고유 문자 없음. 싱할라·버마·타이·크메르·데와나가리·로마자 등
문법적 성격
굴절어: 명사와 동사가 어미를 바꾸어 문법 관계를 나타냄
글자 수
전통 문법서 『깟짜야나 문법』 기준 41자(모음 8 + 자음 33)
한국 불교에 익숙한 분이라면 '다르마'와 '담마', '니르바나'와 '닙바나'처럼 같은 개념이 두 가지 모습으로 불리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앞의 것이 산스크리트어, 뒤의 것이 빠알리어입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빠알리어로 넘어오며 일어난 소리의 변화에는 뚜렷한 규칙이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서로 다른 자음이 부딪치면 뒤의 자음에 동화되어 겹자음이 된다는 규칙입니다. 이 규칙을 알고 나면 빠알리어에 왜 그렇게 겹자음이 많은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표 4산스크리트어와 빠알리어 — 소리가 다듬어지는 방식
산스크리트
빠알리
뜻
무엇이 바뀌었나
dharma
dhamma
법
rm → mm (자음 동화)
karma
kamma
업
rm → mm
sūtra
sutta
경
tr → tt, 겹자음 앞에서 모음이 짧아짐
bhikṣu
bhikkhu
비구
kṣ → kkh
nirvāṇa
nibbāna
열반
rv → bb, ṇ → n
ātman
attā
자아
tm → tt, 모음 단축
maitrī
mettā
자애
ai → e, tr → tt
prajñā
paññā
지혜
pr → p, jñ → ññ
smṛti
sati
마음챙김
sm → s, ṛ → a
tṛṣṇā
taṇhā
갈애
ṛ → a, ṣṇ → ṇh
śānti
santi
평화
ś → s, 모음 단축
눈여겨볼 점
산스크리트어의 ś, ṣ, s 세 가지 치찰음은 빠알리어에서 모두 s 하나로 합쳐졌고, 모음 ṛ이나 이중모음 ai, au도 사라졌습니다. 즉 빠알리어는 산스크리트어보다 외워야 할 소리의 종류가 적은 언어입니다. 초심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요.
§ ga
로마자 표기와 마흔한 글자
빠알리 문법의 고전인 『깟짜야나 문법』(Kaccāyana)은 첫머리에서 빠알리어의 글자(akkhara)가 마흔한 개라고 선언합니다. 모음(sara)이 여덟, 자음(byañjana)이 서른셋입니다. 로마자로 적을 때 영어 알파벳만으로는 이 마흔한 소리를 모두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글자 위아래에 작은 기호(발음 구별 부호)를 붙여 차이를 표시합니다. 이 기호들은 장식이 아니라 뜻을 가르는 정보입니다. 기호 하나를 빠뜨리면 전혀 다른 단어가 되기도 하니, 처음부터 기호까지 한 몸으로 익히는 습관을 들이세요.
표 5발음 구별 부호 읽는 법
부호
붙는 글자
의미
보기
가로줄 (¯)
ā ī ū
긴 모음. 두 박 동안 소리를 끈다
dāna다나
아래 점 (̣)
ṭ ṭh ḍ ḍh ṇ ḷ
혀끝을 뒤로 말아 내는 소리(권설음)
pāṇa빠나
위 점 (˙)
ṅ
목구멍 쪽 비음. 받침 'ㅇ'
saṅgha상가
물결 (˜)
ñ
입천장 비음. '냐' 줄의 'ㄴ'
ñāṇa냐나
아래 점 또는 위 점
ṃ / ṁ
닉가히따. 모음 뒤의 순수한 콧소리
evaṃ에왕
주의 — h는 따로 읽는 글자가 아닙니다
kh, gh, ch, jh, ṭh, ḍh, th, dh, ph, bh는 로마자 두 개로 적혀 있지만 한 글자, 한 소리입니다. 특히 영어에 익숙한 우리 눈에 th는 영어 the나 think의 번데기 소리로, ph는 phone의 f 소리로 보이기 쉽습니다. 빠알리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th는 'ㅌ', ph는 'ㅍ'입니다. 그래서 thera(장로)는 '테라'이지 '쎄라'가 아니고, phala(열매, 과보)는 '팔라'이지 윗입술을 깨무는 f 소리가 아닙니다.
한 가지 더. 같은 닉가히따를 어떤 책은 ṃ(아래 점)으로, 어떤 곳은 ṁ(위 점)으로 적습니다. 미얀마 제6차 결집본을 디지털화한 VRI판과 빠알리성전협회(PTS)의 많은 책이 ṃ을, 온라인 경전 사이트 SuttaCentral이 ṁ을 씁니다. 둘은 완전히 같은 글자이니 어느 쪽을 만나도 당황하지 마세요. 이 공책은 ṃ으로 통일합니다.
사전을 찾을 때를 위해 빠알리어 로마자의 배열 순서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영어 알파벳 순서가 아니라 인도 전통의 소리 순서를 따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전 찾기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순서는 뒤에서 배울 자음 격자를 그대로 한 줄로 펼친 것이라, 격자를 익히면 저절로 외워집니다.
표 6빠알리어 사전의 글자 순서
a ā i ī u ū e o · ṃ · k kh g gh ṅ · c ch j jh ñ · ṭ ṭh ḍ ḍh ṇ · t th d dh n · p ph b bh m · y r l ḷ v s h
§ gha
모음 여덟
빠알리어의 모음은 여덟 개입니다. a, i, u는 짧은 모음, ā, ī, ū는 긴 모음, 그리고 e, o는 원칙적으로 긴 모음입니다. 소리의 질 자체는 한국어의 '아, 이, 우, 에, 오'와 거의 같아서 어렵지 않습니다. 진짜 과제는 길이입니다. 전통 문법은 소리의 길이를 mattā라는 단위로 재는데, 짧은 모음은 한 mattā, 긴 모음은 두 mattā입니다. 쉽게 말해 짧은 모음은 한 박, 긴 모음은 두 박입니다.
한국어 화자에게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현대 한국어가 모음의 길이로 뜻을 거의 구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눈[目]'과 '눈ː[雪]'의 차이를 실제로 지키며 말하는 사람은 드물지요. 하지만 빠알리어에서 길이는 살아 있는 구별입니다. 아래 표의 긴 모음은 박수를 두 번 치는 동안 이어 소리 낸다는 느낌으로 연습해 보세요.
표 7여덟 모음 — * e와 o는 겹자음 앞에서만 짧아집니다
글자
길이
한국어
입 모양과 요령
보기
a
짧음
아
입을 가볍게 벌린 짧은 '아'. 힘을 빼고 툭 던지듯
kamma깜마 업
ā
김
아
같은 '아'를 두 박 끌어서
dāna다나 보시
i
짧음
이
짧고 가벼운 '이'
citta찟따 마음
ī
김
이
입술을 옆으로 당긴 채 두 박
sīla실라 계
u
짧음
우
입술을 둥글게 모은 짧은 '우'
sukha수카 행복
ū
김
우
둥근 입술을 유지하며 두 박
lokavidū로까위두 세간을 아는 분
e
김*
에
'에'와 '애'의 중간쯤, 조금 좁은 '에'
vera웨라 원한
o
김*
오
입술을 둥글게 한 '오'
loka로까 세상
모음 길이의 세 가지 규칙
첫째, 가로줄이 있으면 길고 없으면 짧다.a, i, u와 ā, ī, ū의 구별은 로마자에 그대로 드러나 있으니 눈으로 확인하기만 하면 됩니다.
둘째, e와 o는 가로줄이 없어도 원래 길다. 단, 겹자음 앞에서는 짧아진다. 예를 들어 loka의 o, vera의 e는 길게 읽습니다. 반면 mettā(자애)의 e는 바로 뒤에 겹자음 tt가 오므로 짧게 '멧'으로 읽고, sotthi(안녕, 행운)의 o도 짧게 '솟'으로 읽습니다.
셋째, 한 음절은 두 박을 넘지 않는다. 이것이 빠알리어 소리 체계의 숨은 원리입니다. 긴 모음(두 박) 뒤에 겹자음이 와서 음절이 닫히면 세 박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빠알리어는 그런 결합을 대체로 피합니다. 산스크리트어 sūtra가 빠알리어에서 sūtta가 아니라 sutta가 된 것, ātman이 attā가 된 것이 바로 이 원리 때문입니다. 겹자음 앞의 e, o가 짧아지는 둘째 규칙도 사실 이 셋째 원리의 한 모습입니다.
길이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다음 표가 보여 줍니다. 모음 길이, 또는 자음 하나의 차이로 뜻이 완전히 달라지는 단어 쌍들입니다. 이런 쌍을 '최소 대립쌍'이라고 부르는데, 소리 내어 번갈아 읽으며 입에 붙여 두면 귀가 금세 예민해집니다.
표 8최소 대립쌍 — 길이와 점 하나가 뜻을 가른다
단어 A
단어 B
무엇이 다른가
mata마따 죽은
mātā마따 어머니
모음 길이
kāma까마 감각적 욕망
kamma깜마 업
모음 길이 + 겹자음
suta수따 들은 것
sutta숫따 경
겹자음
dāna다나 보시
dhana다ʰ나 재물
모음 길이 + 유기음
pāṇa빠나 생명
pāna빠나 마실 것
권설 ṇ과 치음 n
경전 속의 한 쌍
다섯 가지 계의 첫째 조목은 pāṇātipātā veramaṇī, 곧 '생명(pāṇa)을 해치는 일을 삼감'입니다(Khp 2). 여기서 ṇ을 치음 n으로 흘려 읽으면 이론상 '마실 것'이 되어 버립니다. 한글 음사로는 둘 다 '빠나'여서 구별이 안 되지요. 권설음에 대해서는 §ṅa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ṅa
다섯 무리의 자음
이제 이 편의 핵심인 자음 격자를 만날 차례입니다. 빠알리어 자음 서른셋 가운데 스물다섯은 가로 다섯, 세로 다섯의 깔끔한 격자를 이룹니다. 전통 문법은 이 다섯 줄을 각각 하나의 '무리'(vagga)라고 부릅니다. 세로줄(행)은 소리가 나는 자리, 곧 입 안의 어디에서 막혔다 터지는지를 나타내고, 가로줄(열)은 소리 내는 방식, 곧 목청이 울리는지와 숨이 섞이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격자 하나만 머리에 넣으면 스물다섯 글자를 따로따로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리와 방식의 조합으로 저절로 이해되니까요.
표 9다섯 무리의 자음 격자 — 이 공책에서 가장 중요한 도표
자리 ↓ / 방식 →
① 무성·무기된소리로
② 무성·유기거센소리로
③ 유성·무기울리는 예사소리
④ 유성·유기울림 + 숨
⑤ 비음콧소리
목구멍 kaṇṭhaja
k까kāya 몸
kh카khandha 무더기
g가gāthā 게송
gh가ʰghāna 코
ṅㅇ받침saṅgha 승가
입천장 tāluja
c짜citta 마음
ch차chanda 열의
j자jāti 태어남
jh자ʰjhāna 선정
ñ냐ñāṇa 앎
입천장 꼭대기 muddhaja
ṭ따kuṭi 오두막
ṭh타aṭṭha 여덟
ḍ다paṇḍita 현자
ḍh다ʰvuḍḍhi 성장
ṇ나guṇa 덕
이 dantaja
t따tathāgata 여래
th타thera 장로
d다dāna 보시
dh다ʰdhamma 법
n나nibbāna 열반
입술 oṭṭhaja
p빠pāpa 악
ph파phala 열매
b바bala 힘
bh바ʰbhikkhu 비구
m마magga 길
격자를 한 번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가로로 까 카 가 가ʰ ㅇ, 짜 차 자 자ʰ 냐… 이렇게 한 줄씩 읽는 것이 인도 전통의 방식이고, 앞에서 본 사전 순서도 바로 이 순서입니다. 이제 다섯 개의 열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① 무성·무기음 — 된소리로 읽는다
k, c, ṭ, t, p는 목청을 울리지 않고, 숨도 섞지 않는 소리입니다. 한국어의 예사소리 'ㄱ, ㄷ, ㅂ'는 낱말 첫머리에서 약하게 숨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숨을 완전히 틀어막은 된소리 'ㄲ, ㄸ, ㅃ, ㅉ'가 이 소리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빠알리 학계와 수행 공동체는 tipiṭaka를 '띠삐따까', citta를 '찟따'처럼 된소리로 적는 관례를 널리 따릅니다. 다만 실제 발음은 한국어 된소리만큼 목에 힘을 줄 필요는 없고, 숨이 새지 않게 깨끗이 끊어 낸다는 느낌이면 충분합니다. 입 앞에 얇은 종이를 대고 pa를 발음했을 때 종이가 흔들리지 않으면 성공입니다.
② 무성·유기음 — 거센소리로 읽는다
kh, ch, ṭh, th, ph는 ①의 소리에 숨을 확 섞어 내보내는 소리로, 한국어의 거센소리 'ㅋ, ㅊ, ㅌ, ㅍ'와 거의 같습니다. 한국어 화자에게 가장 쉬운 열입니다. 앞의 종이 실험을 하면 이번에는 종이가 확실히 펄럭여야 합니다. sukha(행복)는 '수카', thera(장로)는 '테라'입니다.
③ 유성·무기음 — 목을 울려 시작한다
g, j, ḍ, d, b는 목청을 울리는 소리입니다. 한국어 'ㄱ, ㅈ, ㄷ, ㅂ'로 적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한국어의 예사소리는 모음 사이에서는 울리지만(예: '아가'의 둘째 'ㄱ'), 낱말 첫머리에서는 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화자가 dāna를 평소 버릇대로 읽으면 '따나'에 가까운 소리가 나 버립니다.
연습 요령 — '음' 붙여 시작하기
낱말 앞에 아주 작게 '(음)' 소리를 붙여서 목청을 먼저 울린 다음 그 울림을 끊지 말고 이어서 발음해 보세요. '(음)다나', '(음)가타'. 몇 번 반복한 뒤 '(음)'을 점점 줄여 나가면, 첫소리부터 목이 울리는 감각이 남습니다. 목젖 부근에 손가락을 대고 떨림이 느껴지는지 확인하면 더 좋습니다.
④ 유성·유기음 — 울림에 숨을 싣는다
gh, jh, ḍh, dh, bh는 한국어에 없는 소리입니다. 목청을 울리면서 동시에 숨을 섞는, 이른바 '숨 섞인 울림소리'입니다. dhamma, bhikkhu, jhāna, Buddha 같은 핵심 낱말에 잔뜩 들어 있으니 피해 갈 수 없지요. 관례적인 한글 음사는 ③과 똑같이 'ㄱ, ㅈ, ㄷ, ㅂ'로 적기 때문에(담마, 빅쿠, 자나), 이 공책의 도표에서는 작은 ʰ를 붙여 구별해 두었습니다.
요령은 이렇습니다. 먼저 '(음)다'처럼 ③의 울리는 소리를 내고, 그 직후 한숨 쉬듯 '하'를 붙여 '다하'라고 해 봅니다. 그런 다음 '다'와 '하'를 점점 붙여서 하나의 첫소리로 뭉칩니다. 한국어에서 '전화', '은행'을 자연스럽게 말할 때 가운데 'ㅎ'이 목이 울리는 채로 숨만 살짝 새어 나오는데, 바로 그 숨결을 자음에 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③과 ④가 서로 다른 글자라는 사실을 늘 의식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⑤ 비음 — 같은 무리 안에서만 짝을 짓는다
ṅ, ñ, ṇ, n, m는 콧소리입니다. n과 m은 한국어 'ㄴ, ㅁ'과 같습니다. ñ은 스페인어의 ñ처럼 'ㄴ'에 'ㅣ' 기운이 섞인 소리로, '냐, 녜, 뇨'의 첫소리를 떠올리면 됩니다(ñāṇa '냐나'). ṅ은 받침 'ㅇ'의 소리로, 거의 언제나 같은 목구멍 무리 자음(k, kh, g, gh) 앞에서만 나타납니다(saṅgha '상가').
여기에 아름다운 규칙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한 낱말 안에서 비음 바로 뒤에 무리 자음이 오면, 그 비음은 반드시 뒤따르는 자음과 같은 무리의 비음이 됩니다. 소리 나는 자리를 미리 맞춰 두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 조합들은 한국어 받침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표 10비음과 무리 자음의 짝짓기
조합
무리
보기
음사
뜻
ṅk, ṅkh, ṅg, ṅgh
목구멍
saṅkhāra
상카라
형성된 것
ñc, ñch, ñj, ñjh
입천장
pañca
빤짜
다섯
ṇṭ, ṇṭh, ṇḍ, ṇḍh
꼭대기
paṇḍita
빤디따
현자
nt, nth, nd, ndh
이
santi
산띠
평화
mp, mph, mb, mbh
입술
sampanna
삼빤나
갖춘
권설음 — 혀를 말아 올린다
격자의 셋째 줄, 아래 점이 찍힌 ṭ, ṭh, ḍ, ḍh, ṇ은 '권설음' 또는 '반전음'이라 부르는 소리입니다. 전통 이름 muddhaja는 '머리(입천장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이지요. 넷째 줄의 치음 t, th, d, dh, n이 혀끝을 윗니 뒤쪽에 대고 내는 소리라면, 권설음은 혀끝을 뒤로 둥글게 말아 올려 입천장의 딱딱한 부분에 대었다가 터뜨리는 소리입니다. 혀의 아랫면이 입천장에 닿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아 보세요. 소리가 조금 둔탁하고 깊게 울립니다.
한글에는 이 구별이 없어서 음사로는 ṭ와 t가 똑같이 'ㄸ'가 됩니다. 이 공책의 파란 음사가 둘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권설음은 반드시 로마자의 아래 점을 보고 알아채는 습관을 들이세요. 다행히 권설음은 치음보다 훨씬 드물게 나오니, 나올 때마다 의식적으로 혀를 말아 주기만 하면 됩니다.
§ ca
무리 밖의 여덟 글자
자음 서른셋 가운데 격자에 들지 않는 나머지 여덟을 전통 문법은 '무리 밖의 것'(avagga)이라 부릅니다. y, r, l, v, s, h, ḷ, 그리고 닉가히따 ṃ입니다. 대부분 한국어 화자에게 어렵지 않지만, l과 r의 구별, 그리고 v의 읽는 법에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표 11무리 밖의 여덟 글자
글자
소리
한국어
요령
보기
y
반모음
야 줄
'야, 요, 유'의 첫소리
yathā야타 ~처럼
r
탄설음
ㄹ
혀끝으로 입천장을 한 번 가볍게 튕기는 소리. 한국어 모음 사이의 'ㄹ'(예: '나라')과 같다
rūpa루빠 형색
l
설측음
ㄹ / ㄹㄹ
혀끝을 윗잇몸에 댄 채 양옆으로 소리를 흘린다. 모음 사이에서는 한국어 'ㄹ'이 r처럼 튕겨지므로 관례상 'ㄹㄹ'로 적는다
sīla실라 계
ḷ
권설 설측음
ㄹ
l을 혀를 말아 올린 채 발음. 한 단어 안의 모음 사이에 주로 나온다
Pāḷi빠ㄹ리 빠알리
v
반모음
와 줄
영어 v와 w의 중간. 한국 관례는 '와, 위, 웨, 워'로 적는다
vedanā웨다나 느낌
s
치찰음
ㅅ
언제나 목이 울리지 않는 맑은 'ㅅ'. 영어 z처럼 흐려지지 않게
sati사띠 마음챙김
h
기음
ㅎ
한국어 'ㅎ'과 같다
hita히따 이익
ṃ
닉가히따
ㅇ받침
짧은 모음 뒤의 순수한 콧소리. 다음 절에서 자세히
buddhaṃ붓당
왜 sīla를 '실라'라고 적을까
한국어에서 모음 사이의 'ㄹ' 하나는 혀를 튕기는 소리([ɾ])가 되어 빠알리어의 r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sīla를 '시라'로 적으면 sīra처럼 읽히기 쉽습니다. 앞 음절에 'ㄹ' 받침을 하나 더 붙여 '실라'로 적으면 혀끝이 잇몸에 붙은 채 소리가 흘러, 빠알리어 l의 느낌이 살아납니다. 이것은 겹자음 ll이 아니라 한 개의 l을 한글로 옮기는 요령이라는 점에 주의하세요. 같은 이유로 phala는 '팔라', kusala는 '꾸살라'로 적습니다.
자음 뒤의 v와, 자음 앞의 h
v가 다른 자음 뒤에 붙으면 앞 자음을 짧게 끊고 '와' 소리로 넘어가면 됩니다. 예컨대 법을 찬탄하는 경구 svākkhāto bhagavatā dhammo('세존께서 잘 설하신 법', SN 11.3)의 첫 낱말은 '스왁카또'에 가깝게 읽습니다(첫 '스'는 모음 없이 아주 짧게).
한편 h가 비음이나 반모음(ṇ, n, m, y, l, v) 뒤에 오면 앞 소리에 숨결을 얹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h는 독립된 글자이지만, 발음은 앞 소리와 이어져 한 덩어리처럼 들립니다. 대표적인 예가 taṇhā(갈애) '딴하', tumhe(너희들) '뚬헤', amhākaṃ(우리의) '암하깡'입니다.
§ cha
닉가히따 ṃ
닉가히따(niggahīta)는 '붙잡힌 것, 억제된 것'이라는 뜻으로, 입을 닫지 않은 채 모음 소리를 코로 흘려 마무리하는 순수한 콧소리입니다. 빠알리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글자 가운데 하나인데, 명사의 대격(목적어 형태)이나 중성 명사의 어미에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삼귀의 한 줄에만 벌써 네 번이 나옵니다.
닉가히따에는 두 가지 확실한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닉가히따는 언제나 짧은 모음 a, i, u 뒤에만 온다. aṃ, iṃ, uṃ은 있어도 āṃ은 없습니다. 둘째, 닉가히따가 붙은 음절은 언제나 무거운 음절(두 박)이 됩니다. 짧은 모음 한 박에 콧소리 한 박이 더해지는 셈이지요.
발음은 지역 전통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널리 쓰이고 초심자에게 권할 만한 방식은 받침 'ㅇ'([ŋ])으로 읽는 것입니다. 한국의 테라와다 공동체가 삼귀의를 '붓당 사라낭 갓차미'로 독송하는 것도 이 방식입니다. 다만 뒤에 같은 무리의 자음이 이어질 때는 입이 자연스럽게 그 자음의 자리로 먼저 가서, 입술 자음 앞에서는 'ㅁ'처럼, 이 자음 앞에서는 'ㄴ'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 변화는 11편의 연성(sandhi)에서 체계적으로 다루니, 지금은 '언제나 ㅇ받침'으로 연습하면 충분합니다.
표 12닉가히따 읽기 연습
낱말
음사
뜻
한마디
buddhaṃ
붓당
붓다를
삼귀의의 첫 낱말
dhammaṃ
담망
법을
ṃ 앞의 a는 짧다
saṅghaṃ
상강
승가를
ṅ과 ṃ이 모두 'ㅇ'
evaṃ
에왕
이와 같이
e는 길고, vaṃ은 무겁다
ahaṃ
아항
나
1인칭 대명사
kiṃ
낑
무엇
i 뒤의 닉가히따
'붓담'이 아닙니다
로마자 ṃ을 보고 영어 m처럼 입술을 닫아 '붓담'으로 읽는 실수가 아주 흔합니다. m과 ṃ은 다른 글자입니다. m은 입술을 닫는 자음이고, ṃ은 입을 연 채 코로 울리는 소리입니다.
§ ja
겹자음
앞에서 보았듯 빠알리어에는 겹자음이 정말 많습니다. Buddha, dhamma, saṅgha, sutta, bhikkhu, dukkha, nibbāna, mettā, paññā… 불교의 핵심어 대부분이 겹자음을 품고 있지요. 겹자음은 같은 자음을 두 번 소리 내는 것이 아니라, 한 자음을 두 박에 걸쳐 길게 머금는 것입니다. 첫 자음은 앞 음절을 닫고(받침), 둘째 자음은 다음 음절을 엽니다.
반갑게도 이것은 한국어 화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발음입니다. 한국어에는 받침이 있으니까요. '숫따'라고 말할 때 '숫'의 받침에서 혀가 잇몸에 붙은 채 잠깐 멈췄다가 '따'로 터지는 그 순간이 바로 겹자음의 길이입니다. 이 멈춤을 대충 흘려 '수따'로 읽으면 sutta(경)가 suta(들은 것)가 되어 버립니다.
유기음의 겹자음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숨이 섞인 소리는 두 번 겹쳐 쓰지 않고, 무기음 + 유기음의 순서로 씁니다. 그래서 khkh가 아니라 kkh, dhdh가 아니라 ddh입니다. 숨은 뒤의 자음이 터질 때 한 번만 나옵니다. bhikkhu는 '빅쿠'이지 '빅크후'가 아닙니다.
표 13자주 만나는 겹자음과 한글 받침 요령
겹자음
한글 받침 요령
보기
음사
뜻
kk
ㄱ + ㄲ
dhammacakka
담마짝까
법의 바퀴
kkh
ㄱ + ㅋ
dukkha
둑카
괴로움
gg
ㄱ + ㄱ
magga
막가
길
cc
ㅅ + ㅉ
sacca
삿짜
진리
cch
ㅅ + ㅊ
gacchāmi
갓차미
나는 간다
jj
ㅅ + ㅈ
vijjā
윗자
명지(明知)
jjh
ㅅ + ㅈʰ
majjhima
맛지마
중간의
ṭṭ
ㅅ + ㄸ
vaṭṭa
왓따
윤회, 회전
ṭṭh
ㅅ + ㅌ
diṭṭhi
딧티
견해
tt
ㅅ + ㄸ
sutta
숫따
경
tth
ㅅ + ㅌ
attha
앗타
의미, 이익
dd
ㅅ + ㄷ
sadda
삿다
소리
ddh
ㅅ + ㄷʰ
saddhā
삿다
믿음
pp
ㅂ + ㅃ
appamāda
압빠마다
불방일
bb
ㅂ + ㅂ
nibbāna
닙바나
열반
mm
ㅁ + ㅁ
kamma
깜마
업
nn
ㄴ + ㄴ
sampanna
삼빤나
갖춘
ññ
ㄴ + 냐
paññā
빤냐
지혜
ṇṇ
ㄴ + ㄴ
vaṇṇa
완나
색깔, 칭찬
ll
ㄹ + ㄹ
sallekha
살레카
버리고 줄임
ss
ㅅ + ㅅ
vipassanā
위빳사나
통찰
받침 선택의 원리
표를 보면 규칙이 보입니다. 목구멍 무리는 'ㄱ' 받침, 입술 무리는 'ㅂ' 받침, 그리고 입천장·꼭대기·이 무리는 모두 'ㅅ' 받침으로 닫습니다. 한국어에서 'ㅅ' 받침은 실제로 혀끝을 잇몸에 붙이는 [t] 소리로 끝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곧바로 다음 자음으로 넘어가기에 알맞습니다. 이것은 한국 빠알리 문헌의 오랜 관례이기도 합니다.
§ jha
음절, 그리고 길고 짧음
이제 낱말을 음절로 나누고, 각 음절이 가벼운지 무거운지 가려내는 법을 배웁니다. 이것은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빠알리 게송의 운율은 모두 이 무게의 배열로 짜여 있고, 전통 독송의 리듬도 여기서 나옵니다. 무엇보다 음절의 무게를 의식하며 읽으면 발음이 저절로 또렷해집니다.
음절 나누기
규칙은 세 가지뿐입니다. 첫째, 모음 하나가 음절 하나입니다. 둘째, 모음 사이에 자음이 하나 있으면 그 자음은 뒤 음절로 갑니다(bha|ga|vā). 셋째, 모음 사이에 자음이 둘 있으면 하나씩 나눠 가집니다(bud|dha, sam|mā). 이때 kh, dh 같은 유기음은 한 글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sukha는 suk|ha가 아니라 su|kha입니다.
가벼운 음절과 무거운 음절
전통 문법은 음절을 가벼운 것(lahu)과 무거운 것(garu)으로 나눕니다. 가벼운 음절은 한 박, 무거운 음절은 두 박입니다. 판정 기준은 다음 표와 같습니다.
표 14음절의 무게를 가리는 기준
판정
조건
보기
무거움 (garu)
① 긴 모음 ā ī ū e o를 가진 음절
vā, lo, dū
무거움
② 자음으로 닫힌 음절(뒤에 겹자음·자음군이 옴)
bud-dha, sam-mā
무거움
③ 닉가히따 ṃ으로 끝나는 음절
dhaṃ, naṃ
가벼움 (lahu)
짧은 모음 a i u로 끝나는 열린 음절
bha, ga, ti
이 공책에서는 음절 아래에 막대를 그어 무게를 보여 줍니다. 긴 막대는 무거운 음절, 짧은 점은 가벼운 음절입니다. 파란 음사 위의 윗줄은 모음 자체가 긴 경우만 표시하므로, bud처럼 짧은 모음이지만 받침 때문에 무거워진 음절에는 윗줄이 없고 막대만 깁니다. 즉 윗줄은 '모음이 길다', 막대는 '음절이 무겁다'를 뜻합니다.
bud붓 무거운 음절 — 두 박 dha다 가벼운 음절 — 한 박
표 15낱말의 음절과 무게 — 막대를 따라 박을 세어 보세요
bha바ga가vā와
bhagavā 세존 — 가볍게, 가볍게, 무겁게: 1+1+2박
sam삼mā마sam삼bud붓dha다
sammāsambuddha 정등각자 — 무거운 음절 넷이 이어지다 마지막에 가볍게 풀린다
nib닙bā바na나
nibbāna 열반
a아nic닛ca짜
anicca 무상한
met멧tā따
mettā 자애 — met의 e는 짧지만 받침으로 무거워진다
sa사ti띠paṭ빳ṭhā타na나
satipaṭṭhāna 마음챙김의 확립
pa빠ṭic띳ca짜sa사mup뭅pā빠da다
paṭiccasamuppāda 연기
강세는 어디에?
영어처럼 특정 음절을 세게 누르는 고정된 강세는 빠알리어 학습에서 따로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시간이 리듬을 만듭니다. 무거운 음절에 온전히 두 박을 주고 가벼운 음절은 가볍게 스치면, 강세를 따로 주지 않아도 낱말이 제 모양을 갖춥니다. 연습할 때는 가벼운 음절에 손가락 하나, 무거운 음절에 손가락 둘을 접으며 읽어 보세요. sammāsambuddha는 손가락 아홉 개입니다.
§ ña
한국어 화자의 함정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한국어 화자가 특히 자주 걸려 넘어지는 지점 중심으로 정리해 봅니다. 아래 일곱 가지만 피해도 발음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표 16일곱 가지 함정
함정
무엇이 문제인가
고치는 법
보기
장단을 무시한다
뜻이 바뀐다
긴 모음·무거운 음절에 두 박을 준다
mata ≠ mātā
겹자음을 흘린다
다른 낱말이 된다
받침에서 한 박 멈춘다
suta ≠ sutta
th, ph를 영어처럼 읽는다
없는 소리를 만든다
th는 ㅌ, ph는 ㅍ
thera테라
첫소리 유성음을 무성으로
dāna가 '따나'처럼 들린다
'(음)' 붙여 목을 먼저 울린다
dāna다나
ṃ을 m으로 읽는다
'붓담'이 된다
입을 연 채 ㅇ받침
buddhaṃ붓당
권설음을 치음처럼
점 하나의 정보가 사라진다
아래 점이 보이면 혀를 만다
pāṇa ≠ pāna
v를 'ㅂ'로 읽는다
관례와 어긋나고 b와 섞인다
'와' 줄로 읽는다
vedanā웨다나
곁가지: 나라마다 다른 독송 발음
테라와다 공동체의 독송을 들어 보면 이 공책에서 배운 발음과 다르게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빠알리어가 각 나라의 문자와 언어 습관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 전통에서는 s를 영어 think의 th에 가까운 소리로, c를 'ㅅ'에 가까운 소리로 읽는 경향이 있고, 태국 전통에서는 bh, dh 같은 유성 유기음을 무성 유기음처럼 읽어 Buddha가 '풋타'에 가깝게 들리기도 합니다. 스리랑카 전통은 비교적 이 공책의 설명과 가까운 편입니다.
이런 차이는 틀림이 아니라 각 공동체가 지켜 온 전통입니다. 절이나 수행처에서 함께 독송할 때는 그 공동체의 소리에 맞추는 것이 예의이고 조화입니다. 다만 문법과 철자를 정확히 익히기 위해서는 로마자 표기가 반영하는 표준적인 소리 체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므로, 이 공책은 그 체계를 따릅니다.
§ ṭa
경전을 소리 내어 읽기
이제 배운 모든 것을 경전의 실제 구절에 적용해 봅니다. 쉬운 것부터 차례로 일곱 구절을 골랐습니다. 각 구절마다 음절을 나눈 칩과 무게 막대, 이어 읽는 음사, 옮김, 그리고 발음의 요점을 달았습니다. 처음에는 칩을 한 음절씩 짚으며 천천히, 그다음에는 '이어 읽기'를 보며 자연스럽게, 마지막에는 로마자 원문만 보고 읽어 보세요. 문법은 아직 몰라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소리가 몸에 붙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어 읽기이띠삐 소 바가와 아라항 삼마삼붓도 윗자짜라나삼빤노 수가또로까위두 아눗따로 뿌리사담마사라티 삿타데와마눗사낭 붓도 바가와
옮김그분 세존께서는 이러하시니, 아라한이시며, 정등각자이시며, 명지와 실천을 갖추신 분, 잘 가신 분, 세간을 아시는 분, 위없는 분, 길들여야 할 이들을 길들이는 분, 신과 인간의 스승, 붓다, 세존이시다.
요점 — 이 편의 종합 시험 같은 구절입니다. ṇ(권설), ṃ(닉가히따), jj·tt·ss·mm(겹자음), bh·dh(유성 유기음), th(ㅌ), v(와)가 모두 나옵니다. purisadammasārathi의 th를 영어식으로 읽지 않도록, satthā의 tth를 'ㅅ받침 + ㅌ'으로 읽도록 주의하세요.
경전 속 자리 — 앙굿따라 니까야 6.10에서 붓다는 재가자 마하나마에게, 성스러운 제자가 이렇게 여래를 기억할 때 그 마음이 탐욕·성냄·어리석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곧아진다고 설하십니다.
§ ṭha
문법 미리보기
발음을 익혔으니, 다음 편부터 시작될 문법의 풍경을 잠시 멀리서 바라보겠습니다. 방금 소리 내어 읽은 구절들 안에 이미 빠알리 문법의 가장 중요한 원리가 들어 있습니다.
한 낱말, 여러 벌의 옷
빠알리어는 굴절어입니다. 낱말이 문장 안에서 맡는 역할에 따라 끝부분(어미)의 모양을 바꿉니다. 한국어는 '붓다가, 붓다를, 붓다의'처럼 낱말 뒤에 조사를 따로 붙이지만, 빠알리어는 낱말의 끝 자체가 바뀝니다. 변하지 않는 몸통을 어간(여기서는 buddha-), 바뀌는 끝을 어미라고 합니다. 이 편에서 읽은 구절들에서 buddha가 입고 있던 옷을 모아 보면 이렇습니다.
표 17이미 만난 buddha의 네 가지 모습
모양
어디서 만났나
문장 속 역할
한국어로
buddho
일곱째 구절 (AN 6.10)
주어·보어 (주격)
붓다께서, 붓다이시다
buddhaṃ
첫째 구절 (Khp 1)
목적어 (대격)
붓다를
sammāsambuddhassa
둘째 구절 (SN 7.1)
~에게 (여격)
정등각자께
buddhāna(ṃ)
넷째 구절 (Dhp 183)
~의, 복수 (속격)
붓다들의
빠알리 전통 문법은 이런 역할을 여덟 가지 '격'(vibhatti)으로 나눕니다. 이름은 순서를 그대로 딴 '첫째, 둘째…'이고, 마지막 호격만 '부름'(ālapana)이라 따로 부릅니다. 한국어 조사와 짝지어 보면 뜻밖에 가깝게 느껴질 겁니다.
표 18여덟 가지 격 — 2편에서 하나하나 배웁니다
전통 이름
격
한국어 조사로
주된 쓰임
paṭhamā
주격
~이/가, ~은/는
주어, 보어
dutiyā
대격
~을/를, ~로(향해)
목적어, 방향
tatiyā
구격
~로써, ~와 함께, ~에 의해
수단, 동반, 행위자
catutthī
여격
~에게, ~을 위해
받는 이, 목적
pañcamī
탈격
~로부터, ~ 때문에
출발점, 원인
chaṭṭhī
속격
~의
소유, 관계
sattamī
처격
~에서, ~에, ~할 때
장소, 때, 상황
ālapana
호격
~여, ~이시여
부름
다섯째 구절(Dhp 5)의 verena(원한으로써)와 averena(원한 없음으로써)는 구격, 여섯째 구절의 paññāya(지혜로써)도 구격입니다. 이미 여러분은 격 변화를 소리로 만나고 있었던 것이지요.
동사 안에 숨은 주어
동사도 마찬가지로 어미를 바꿉니다. 삼귀의의 gacchāmi는 '가다'라는 뜻의 어근 √gam에서 나온 현재 어간 gaccha-에 '나는'을 뜻하는 어미 -mi가 붙은 모양입니다. 앞의 모음이 길어져 gacchā-mi가 되었지요. 그래서 빠알리어는 '나는'(ahaṃ)이라는 주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누가 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표 19동사 어미가 주어를 알려 준다 — 3편에서 본격적으로
동사
만난 곳
분석
뜻
gacchāmi
Khp 1
gaccha- + -mi (1인칭 단수)
나는 간다
passati
Dhp 277
passa- + -ti (3인칭 단수)
그는 본다
sammanti
Dhp 5
samma- + -nti (3인칭 복수)
그것들은 가라앉는다
어순은 한국어와 닮았다
어미가 역할을 알려 주기 때문에 빠알리어의 어순은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동사가 문장 끝에 오는 경향이 강해, 한국어 어순과 잘 맞습니다. Buddhaṃ saraṇaṃ gacchāmi를 낱말 순서 그대로 옮기면 '붓다를 / 귀의처로 / 나는 간다'가 되지요. 영어로 옮길 때보다 한국어로 옮길 때 훨씬 자연스럽다는 것, 한국어 화자에게 주어진 작은 선물입니다.
이 밖에 빠알리어 명사에는 남성·여성·중성의 세 가지 성과 단수·복수의 두 가지 수가 있습니다. buddha와 dhamma는 남성, citta와 nibbāna는 중성, paññā와 mettā는 여성입니다. 성은 뜻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니, 새 낱말을 외울 때는 늘 성을 함께 외우는 습관을 들이세요. 부록의 단어표에 성을 적어 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ḍa
연습 문제
가. 음절을 나누고 무게를 표시하기
각 낱말을 음절로 나누고, 무거운 음절(G)과 가벼운 음절(L)을 표시한 뒤 한글로 음사해 보세요.
다음 쌍의 소리 차이를 말하고, 각각의 뜻을 적어 보세요. ① kāma / kamma ② dāna / dhana ③ pāṇa / pāna
답 보기
① 첫 모음의 길이와 m의 겹침이 다릅니다. kāma는 감각적 욕망, kamma는 업. ② 첫 모음의 길이와 d의 유기성이 다릅니다. dāna는 보시, dhana는 재물. ③ 권설 ṇ과 치음 n이 다릅니다. pāṇa는 생명(살아 있는 것), pāna는 마실 것.
라. 경전 구절 읽기
디가 니까야 16경 「대반열반경」에서 붓다께서 남기신 마지막 말씀의 한 부분입니다. 음절을 나누고, 무게를 표시하고, 소리 내어 세 번 읽어 보세요.
Vayadhammā saṅkhārā, appamādena sampādetha.
답 보기
va와ya야dham담mā마saṅ상khā카rā라
ap압pa빠mā마de데na나sam삼pā빠de데tha타
이어 읽기와야담마 상카라 · 압빠마데나 삼빠데타
옮김형성된 것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게으름 없이 (목표를) 성취하라.
경전 원문에서는 인용을 닫는 말 ti가 붙어 sampādethā’ti로 나타납니다. appamādena는 Dhp 5의 verena처럼 구격(~로써)입니다. 이미 격 하나를 알아본 셈이지요.
마. 닉가히따 읽기
다음 낱말을 한글로 음사해 보세요. 닉가히따 ṃ과 자음 m이 어떻게 다르게 소리 나는지에 주의하세요.
cittaṃ (마음을)
dukkhaṃ (괴로움을)
nibbānaṃ (열반을)
maggaṃ (길을)
sīlaṃ (계를)
kammaṃ (업을)
답 보기
1. 찟땅 · 2. 둑캉 · 3. 닙바낭 · 4. 막강 · 5. 실랑 · 6. 깜망
모든 낱말의 마지막 음절은 닉가히따 때문에 무거운 음절(두 박)이 되고, 입을 연 채 'ㅇ' 받침으로 마무리합니다. 6번 kammaṃ에는 두 소리가 함께 있습니다. 앞의 mm은 입술을 닫는 'ㅁ' 받침이고, 끝의 ṃ은 입을 연 채 코로 울리는 'ㅇ' 받침입니다. '깜맘'으로 읽지 않도록 하세요.
바. 겹자음을 받침으로
다음 낱말의 겹자음을 한글 받침 규칙에 따라 옮겨 음사하고, 어느 무리의 자음인지 말해 보세요.
다음 가운데 빠알리어의 소리 규칙에 어긋나는 형태를 모두 고르고, 어떤 규칙에 어긋나는지 적어 보세요. ① dhammaṃ ② bhikkhūṃ ③ sūtta ④ dukhkha ⑤ mettā ⑥ attā
답 보기
②, ③, ④가 규칙에 어긋납니다. ② 닉가히따는 짧은 모음 a, i, u 뒤에만 오므로 ūṃ은 나타나지 않습니다(바른 형태는 bhikkhuṃ). ③ 긴 모음 뒤에 겹자음이 오면 한 음절이 세 박이 되므로 빠알리어는 이 결합을 피합니다(바른 형태는 sutta). ④ 숨이 섞인 자음은 겹쳐 쓰지 않고 '무기음 + 유기음'으로 씁니다(바른 형태는 dukkha). ①, ⑤, ⑥은 모두 바른 형태입니다. ⑤의 e는 겹자음 앞이라 짧게 '멧'으로 읽고, ⑥은 산스크리트어 ātman이 두 박 원리에 따라 바뀐 형태입니다.
아. 게송 한 줄 읽기
『법구경』의 첫 게송 앞부분입니다. 음절을 나누고, 무게를 표시하고, 소리 내어 세 번 읽어 보세요.
제1편의 단어들은 모두 이 편의 예문과 격자에 등장했거나, 앞으로 모든 편에 걸쳐 끊임없이 만나게 될 불교의 기본 어휘입니다. 명사는 사전에 실리는 형태(어간)로 적고 성을 표시했습니다. 동사는 관례대로 3인칭 단수 현재형으로 적고 어근을 덧붙였습니다. 용례는 모두 빠알리 삼장에서 가져왔습니다. 다섯 개마다 굵은 선을 그어 두었으니, 하루에 한 묶음씩 소리 내어 외워 보세요.
표 20제1편 필수 단어 — m. 남성 · f. 여성 · n. 중성 · adj. 형용사
빠알리
음사
품사·성
뜻
경전 용례
1
buddha
붓다
m.
깨달은 분, 붓다
Buddhaṃ saraṇaṃ gacchāmi (Khp 1)
2
dhamma
담마
m.
법, 가르침; 현상
svākkhāto bhagavatā dhammo (SN 11.3)
3
saṅgha
상가
m.
승가, 공동체
Saṅghaṃ saraṇaṃ gacchāmi (Khp 1)
4
bhagavant
바가완뜨
m.
세존 (주격 bhagavā)
itipi so bhagavā (AN 6.10)
5
arahant
아라한뜨
m.
아라한 (주격 arahaṃ)
namo tassa bhagavato arahato (SN 7.1)
6
bhikkhu
빅쿠
m.
비구
tatra kho bhagavā bhikkhū āmantesi (MN 1)
7
saraṇa
사라나
n.
귀의처, 피난처
Dhammaṃ saraṇaṃ gacchāmi (Khp 1)
8
sīla
실라
n.
계, 계행
iti sīlaṃ, iti samādhi, iti paññā (DN 16)
9
samādhi
사마디
m.
삼매, 집중
iti sīlaṃ, iti samādhi (DN 16)
10
paññā
빤냐
f.
지혜
yadā paññāya passati (Dhp 277)
11
sati
사띠
f.
마음챙김; 기억
cattāro satipaṭṭhānā (MN 10)
12
citta
찟따
n.
마음
cittassa damatho sādhu (Dhp 35)
13
kamma
깜마
n.
업, 행위
kammassakā, māṇava, sattā (MN 135)
14
dukkha
둑카
n. / adj.
괴로움; 괴로운
idaṃ dukkhaṃ ariyasaccaṃ (SN 56.11)
15
sukha
수카
n. / adj.
즐거움, 행복; 즐거운
nibbānaṃ paramaṃ sukhaṃ (Dhp 204)
16
anicca
아닛짜
adj.
무상한
sabbe saṅkhārā aniccā (Dhp 277)
17
anatta
아낫따
adj.
무아인, 자아가 아닌
sabbe dhammā anattā (Dhp 279)
18
nibbāna
닙바나
n.
열반
nibbānaṃ paramaṃ sukhaṃ (Dhp 204)
19
magga
막가
m.
길, 도
esa maggo visuddhiyā (Dhp 277)
20
loka
로까
m.
세상, 세간
lokavidū (AN 6.10)
21
mettā
멧따
f.
자애
mettañca sabbalokasmiṃ (Sn 1.8)
22
kusala
꾸살라
adj. / n.
유익한, 선한; 선
kusalassa upasampadā (Dhp 183)
23
pāpa
빠빠
n. / adj.
악; 악한
sabbapāpassa akaraṇaṃ (Dhp 183)
24
vera
웨라
n.
원한, 적의
na hi verena verāni (Dhp 5)
25
sacca
삿짜
n.
진리
dukkhaṃ ariyasaccaṃ (SN 56.11)
26
saṅkhāra
상카라
m.
형성된 것, 행(行)
sabbe saṅkhārā aniccā (Dhp 277)
27
sabba
삽바
adj.
모든
sabbapāpassa akaraṇaṃ (Dhp 183)
28
gacchati
갓차띠
동사 √gam
가다
Saṅghaṃ saraṇaṃ gacchāmi (Khp 1)
29
bhavati · hoti
바와띠 · 호띠
동사 √bhū
있다, 되다
sabbe sattā bhavantu sukhitattā (Sn 1.8)
30
evaṃ
에왕
불변사
이와 같이
evaṃ me sutaṃ (MN 1)
외우는 요령
단어를 외울 때는 뜻보다 소리를 먼저 입에 붙이세요. 로마자를 보며 음절을 나누고, 무거운 음절에 두 박을 주며 세 번 소리 내어 읽은 다음에 뜻을 확인하는 순서가 좋습니다. 그리고 용례 구절을 함께 읽어 두면, 2편에서 격 변화를 배울 때 "아, 그때 그 모양이구나" 하고 금세 연결됩니다.